가상화폐가 과열되자 TV에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는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폈습니다. 제 눈에는 유시민 작가측의 판정승으로 보였습니다. 가상화폐의 잠재적 가능성을 주목한 정재승 교수를 보며 핵무기를 개발한 맨하탄 프로젝트가 떠올랐습니다. 반면, 유시민 작가는 “좋은 도구도 인간은 얼마든지 악하게 쓸 수 있는 존재다”를 심중에 둔 취지의 반격을 했습니다. 물론 직접 그렇게 표현하지도 않았지만 말이죠. 과학자는 도구를 만드는 것을 먼저 생각하지 그것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핵폭탄개발을 주도했던 오펜하이머가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된 사건을 아는 분이라면 토론의 승자가 유시민 작가란 것에 동의할 것입니다. 순식간에 재벌에게 도구만 하나 더 쥐어줄 뿐이니까요.

존 그리샴의 소설 “야망의 함정”은 인간의 타고난 악의 본성을 불완전한 교육은 부채질하고 균형잡힌 교육이 제어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어렵게 로스쿨을 졸업한 새내기 변호사가 주인공인데, 자기를 고용한 법률회사가 마피아의 돈세탁소임을 알고 마피아와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펠리컨브리프”를 통해 좀 더 거시적 규모에서 동일하게 벌어지는 일을 묘사하죠. 마피아는 석유재벌로, 법률회사는 권력으로 바뀌어 있을 뿐 줄거리는 거의 같습니다. 마피아가 불법적인 반면 석유재벌은 합법적입니다. 마피아에게는 돈세탁이 필요하고 석유재벌은 도덕적 세탁이 필요하지요. 인간은 동물처럼 태어나 교육으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으로 보이고 교육이 완전해 질수록 세상은 덜 위험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샌덜 같은 사람은 점잖고, 노암 촘스키 같은 사람은 직설적이지만 그들은 존 그리샴과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돈을 가지면 권력을 사려고 합니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싶어서 말입니다. 돈의 도움으로 권력을 쟁취한 자들은 기꺼이 재벌에 협력할 준비를 합니다. 대중들은 사는데 바쁘거나 자기 여가에 더 몰입하거나 또는 여러 이유로 자신들을 착취하고 속이는 그 거대한 부조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한국도 이 틀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쉽게 구조화 되었습니다. 노키아가 망할 때 핀란드도 망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재용이 수감된다고 삼성이 망하는 것도 아니지만 설령 삼성이 망한다 해도 한국이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거대한 부조리의 구조가 망할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의 선동입니다.

늘 잊고 있지만 인간은 죽을 때 단돈 십원도 가지고 가지 못합니다. 이 땅에 뭔가를 남기고 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