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가주망은 2차대전 이후 사르트르가 논문에서 사용한 이후 실존주의 철학용어로 자리잡은 개념입니다. 영어 'engagement'와 철자가 같으며, 프랑스어로 발음하면 지식인의 정치.경제.사회문제에 관한 적극적 동참과 자기구속을 의미합니다. 영어 단어로도 다툼과 교전, 약혼 등 어떤 일에 개입한다는 의미가 녹아 있지요. 조선일보 손진석 파리특파원은 8월 2일자 칼럼에서 조국 교수의 정치참여가 앙가쥬망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조 교수는 "평생 연구 작업을 실천에 옮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스스로 앙가주망을 실천했다고 했다. 그러나 학자가 권력이 주는 자리를 얻어 공부한 걸 써먹었다고 해서 앙가주망이 될 수는 없다. 아전인수이자 자아도취다. 조 교수는 힘에 맞서지 않았고, 반대로 힘을 행사하는 일을 했다. 민정수석이라는 사정 기관과 대통령을 이어주는 길목에 선 사람이다. 감투와 권세를 등에 업은 것이 지식인의 양심 어린 행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아하다. 앙가주망 실천이 목표였다면 관직을 맡기보다 학자로 머무르는 것이 오히려 운신 폭을 넓혀주는 것 아닌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2/2019080202912.html

박근혜 정권에서도 교수출신의 각료가 있었고 그는 결국 구속되었습니다. 어느 자리이건 정권이 임명한 자리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힘의 일부를 위임받는 것입니다. 그 힘의 성격이 특정분야의 정책방향을 정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 힘을 감시하는 자리도 있어야 하지요.

제가 조선일보의 수준이 술집 홍보전단 같다고 여기는 이유를 위의 기사가 잘 보여줍니다. 기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조국 민정수석이 “감투와 권세를 등에 업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어떤 근거도 없이 주장만 내놓습니다. 논설의 성격을 지닌 기사라면 더욱 근거를 제시하고 상식과 논리에 입각한 설득을 해야 합니다만 그런 것은 없고 감정적 총평만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우병우 민정수석이나 안종범 경제수석이 저질렀던 짓들이 조선일보가 말하는 감투와 권세를 등에 업고 저지른 부도덕한 짓입니다. 그들은 모두 구속되었죠.

조국 민정수석이 사정기관에 부당한 권력을 휘둘렀다면 현 정권의 환경부장관을 블랙리스트의혹을 빌미로 구속하려고 하고, 현직 도지사를 법정 구속하는 전례 없는 일들을 하도록 가만히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오히려 현 정권 아래서도 지난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잔존세력들이 지금정부의 도덕성에 기대어 저항하고 있는 것이 진실입니다. 법이 정한 범주를 넘지 않는 현 정권의 도덕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검찰과 법원의 일부 세력들이 만약 현 정권의 부패를 감지했다면 결코 그냥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말같지도 않은 게시물이 올라오면 회원분들이 그것을 질타하는 것을 보면서 앙가주망을 체감합니다.이곳에서 정치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화목을 강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키는 시도입니다. 그런 주장과 시도는 일본처럼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국가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우리의 논쟁들은 올바른 투표로 정치를 바로세우기 위한 정보의 교류이며 그것이 곧 앙가주망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