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다들 아시듯 역치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감각의 최소값입니다. 어두운 곳에 있을 때 빛이 일정량 이상 들어 와야
비로소 더 밝아진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 때 최초 밝기값에 대한 증가한
밝기의 비율을 역치라고 합니다.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은 역치값이 작다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어
100룩스 밝기에 노출된 사람이 105룩스가 되어서야 더 밝아졌다고 감지
했다면 그의 시각적 역치는 0.05입니다. 만약 그가 200룩스의 밝기에
있다가 더 밝아진 것을 느끼려면 200의 0.05배인 10룩스의 밝기증가가
필요합니다. 즉 210룩스가 되어야 감지한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육체적 감각의 역치는 정신적인 영역에서도 유사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그것을 도덕성에 대한 역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비윤리성을 0~100으로 수치화 하고 비윤리성의 역치
가 0.5라고 가정해 보죠.

최초의 비윤리성이 10으로 인식된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비윤리
수치가 15에 이르러서야 부도덕하다고 비난을 받습니다. 한편 최초의 비
윤리값이 40으로 인식된 사람은 비도덕성 값이 60이 되어야 부도덕하다
고 비난을 받게 됩니다. 물론 대중들이 인식하는 비도덕성은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것이라 자신이 판단하는 대상의 비도덕성의 절대값을
정확히 인지합니다. 자기 스스로 그런 인식을 못 할 뿐이죠.

누군가에게 대해 그의 아주 사소한 잘못에도 쉽게 부도덕함을 느끼고 질
타한다면 그가 원래 깨끗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조그만 티도 쉽게 감지
가 되는 것이죠. 반면 어마어마한 잘못이 아니면 거의 질타받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는 원래부터 부도덕하기 짝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워낙 썩는 냄
새가 나던 사람이어서 어지간히 더 더럽지 않고서는 그에게서 부도덕하다
는 것을 인지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최근 일련의 일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여론을 보면서 그런 제 생각이 틀림
없다는 확신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