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태평 역과 탄천을 흔히 오가며 지나쳐 다니는 곳 인. <태기산 더덕 순대> 라는 간판의 이 곳은 여러 면에서 좀 특이한 식당이다.
허름한 연립 주택가의 초입에 있는, 이 가건물로 들어서면 우선 천정이 낮아 키가 좀 큰 사람의 경우 머리가 천정에 닿는다.
바깥쪽의 식탁 2~3개소 자리 외의 안쪽 식탁과 주방 등은 두 계단 내려 가야하는 반 지하층이어서 이중 구조다.
무슨 요정이나 고급 음식점도 아닌 일반 대중 음식점인데도 입구의 식탁에 자리 잡고 앉아 아무리 둘러 봐도 메뉴 판이나 가격표 같은 것은 보이질 않는다. 곧 하얀색 중절모를 쓰고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아주 건장힌 70대의 주인 아줌씨가 다가와 우선 “순대국밥이 얼마냐?“ 고 물으니 ”8천원“이란 답이어서 ”메뉴는?“이란 물음에 ”순대, 편육, ..“ 등이라 하기에 이왕이면 반주용 막걸리도 한잔 곁들여 주문했다.
(1),그리고 간판의 사연을 물어 본즉 태기산은 강원도 횡성의 유명산으로 그 곳의 더덕으로 만든 순대를 납품 받아 할머니가 담근 막걸리와 함께 내 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드디어 등장한 순대 국에는 더덕 순대가 세 토막이 들어 있었는데 그 맛이 일반 순대 맛과는 좀 다른 독특한 맛인데다 부추를 곁들인 극히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돼지고기가 푸짐해 노땅들의 취향에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배추김치와 깍두기등 모든 음식의 간이 딱 맞고 심지어 간보기를 위한 새우 젖과 고추장을 믹서한 된장 맛도 주인장의 오랜 연륜과 요리 노하우를 실감케 한다.
이 집을 찾게 된 경위는 제법 가을을 감지하기 시작한 지난 추석 후 서늘하거나 추운 날씨에 적합한 탕류 점심 메뉴를 위한 새로운 맛 집을 찾아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추석 전 까지는 성남 모란의 한 고기 구이 집의 콩국수에 심취해 지난여름 동안 줄곧 단골로 삼았는데 이 집은 3층 자가 건물의 주인으로 자주 필드에 나가 골프를 즐기는 중년 여주인임에도 종업원들이 쉬는 시간에는 직접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하고 손님들에게 서빙까지 서슴없이 하는 좀 품격이 높은(?) 식당이었던 만치 새로 개발할 국밥 류 식당도 음식도 물론 품격이 좀 있는 식당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은 마치 집시라도 된 양 잔차를 타는 평소 대개 점심을 먹는 지역인 모란과 태평일대의 골목길까지 들어 가 탐색을 하다 보니 보리 비빔밥집 까지 먹어 보기도 했고 부산영도 남항 동 시장 안의 할머니 돼지 국밥생각이 간절해 모란의 `부산 식 돼지 국밥` 이란 간판이 있는 가게에 도 들어 가보니 국물은 곰탕처럼 뽀얀데 돼지고기는 기름 끼가 전혀 없는 푸석한, 납품 공장용 고기가 나와 입맛을 망쳐 버렸다, 그리고 며칠 뒤 이 태기산..집에 오게 된 것인데 종업원도 없이 직접 혼자 운영하는 이 집의 주인은 초 자유주의자라선지 가계 개문시간이나 폐문 시간이 그야말로 `엿 장수 마음대로`여서 `영업 중`이라는 명패가 걸려 있음에도 폐문 상태이거나 평일에도 장사를 안 할 때도 있는 등 극히 불규칙 적이어서 항상 점심을 좀 늦게 먹는 나로서는 정말 얻어먹기가 어렵다.
여기에다 값도 마음대로다. 첫날은 분명 8천원이라 했는데 뒤에는 7천원이 되었고 막걸리 한잔 값도 비슷한 크기인데도 잔 크기가 다르다며 2천원 혹은 3천원을 받아 헷갈려 아예 마음 편하게 1만원짜리(이 집은 현금만 받는다.)를 내 밀어 잔돈을 주면 받고 안 주면 그만이다.
헛 걸음 질을 않기 위해 전화번호를 알아 놨다가 걸어 보면 아예 전화도 안 받는다.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했더니 대개 장난 전화거나 귀찮은 사람들 이라서 일부러 안 받는다고 한다.
이 집 손님은 대개 인근 주민들인데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페문 시간인데도 문을 열었을 때 용케 골라 와 순대와 막걸리 등을 즐겼다.
지난 16일 하오 3시 반께는 벤츠를 몰고 온 30대 젊은 부부(사진)가 순대 국을 먹고 가기도 해 인기를 실감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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