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진부령~한계령~조침령~구룡령~운두령~(속사터널)~진고개~싸리재~대관령~안반데기~닭목령~비오치~삽당령~버들고개~갈고개~백복령~(다시 갈고개)~댓재~건의령~삼수령
거리 392km, 획득고도 7089m
(2021년 4월 23~24일)
；6차 백두대간 종주 라이딩을 무사히 완성했다.
2월 21일에 시작해서 4월 24일에 끝마쳤으니까 2개월 3일 걸렸다.
；결과적으로 남은 19고개를 한 구간만에 달릴 수 있었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루트는 조금 변경해야 했다.
；애초에는 랜도너스 퍼머넌트 백두대간 PT-19를 역순으로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무척 강했다.
작년에 이 구간의 일부를 달려본 결과 도저히 정해진 시간 안에는 달릴 자신이 없어서 역순을 생각했고, 달리는 도중에 루트를 변경하면서 달렸다.
；버스를 타고 속초로 가기 며칠 전까지 루트와 함께 몇 시 버스를 타고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일기예보를 보고 계획표를 작성하면서도 과연 몇 시간이나 걸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생각한 것은
1. 일기예보에 따라 태백이 아닌 속초에서 라이딩 시작,
2. 2박 3일을 생각하지만 할 수만 있으면 무박으로 달리기,
이 두 가지였다.
；우선 속초행 심야버스가 아닌 오전 첫차를 예매했다.
심야버스를 타면 안반데기를 넘을 때 한밤중이 될 것 같아서 그건 피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오전 첫차를 예매했는데, 그러면 구룡령과 운두령을 한밤중에 넘어야 했다.
그건 이미 두 번 달려본 경험이 있어서 걱정이 덜했다.
；또 이번에는 안장 새들백 대신 배낭을 메기로 했다.
무엇보다 작년의 경험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강원도 마지막 구간 330km를 달릴 때, 임계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는 다음날 점심 때까지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한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배낭에 먹거리를 준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준비물을 보면
1. 옷은 기본적으로 브린제 반팔 이너웨어를 입고 그 위에 아웃웻 긴팔 이너웨어를 입었다.
그리고 늦가을~초겨울용 소프트쉘을 덧 입었다. 소프트쉘 위에는 랜도너스 반사 질렛을 입었다.
하의는 아소스 이큅 봄~여름~가을용 빕숏을 입고 그 위에 하계용 자전거 통바지를 덧 입었다.
양말 한 켤레를 신고 장갑은 지요 하계용 긴장갑을 착용했다.
머리에는 약간 두터운 쪽모자를 썼다.
2. 야간 추위를 대비해서 여분으로 챙긴 옷은 상의로 히트택 얇은 것과 바람막이 겸 생활방수가 되는 카스텔리 바람막이를 챙겼다.
하의로는 여름용 다리 토시를 준비하고 양말 한 켤레와 늦가을용 장갑을 챙기고 동계용 얇은 비니도 준비했다. (이 가운데 다리토시와 비니는 사용하지 않았다.)
3. 전조등은 2개(exposure toro와 플라즈마 T7, 플라즈마 예비 배터리 3개), 후미등 5개(cygolite hipershot250, cygolite hotshot150, 본트레거R, 큐브라이트 2k, 문라이트 100, 이 가운데 cygolite hotshot150, 본트레거R은 사용하지 않음), 보조배터리 총 20000mAh(이 가운데 5000 정도는 사용하지 않음)
4. 먹거리는 꿀호떡 6개 들이 하나, 진주햄 소세시 2개, 구운계란 3개, 양갱 1개, 아미노 바이탈 7개, 파워젤 5개, 리커버리 파우더 1개 (이 가운데 먹지 않고 남은 것은 아미노 바이탈 5개, 파워젤 3개, 양갱 1개였음)
；이렇게 준비하다보니 배낭을 메지 않울 수 없었고, 새들백도 다시 장착하여 물건을 넣었다.
집에서 출발 당시 약한 빗방울이 조금 떨어져서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하철로 잠시 이동하여 대구 북부정류장에 도착했고 오전 9시 40분 버스를 타고 속초로 향했다.
가는 내내 비는 오지 않았지만 하늘은 흐려 있었으며, 강릉과 양양 그리고 낙산사를 거쳐 오후 2시 20분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속초터미널에 도착하여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대합실 밖에서 집에서 준비해간 손바닥만한 백설기 반조각을 먹고는 미시령을 향해 대장정의 첫 페달을 돌렸다.
하늘에 구름은 여전했지만 다행히 바람이 많이 불지는 않았다.
미시령 터널과 옛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백설기 나머지 반조각과 구운 계란 하나를 먹고 전의를 불태운다.
；얼마 올라가지 않아 <미시령 옛길 통행금지>라는 플랜카드를 만난다.
하지만 자출사와 자여사 등의 카페를 통해 사전 정보를 충분히 입수해두었기 때문에 차단기 옆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서 묵묵히 페달을 돌린다.
그리고 또 얼마쯤 올라갔을까?
거대한 크레인의 작업 소리가 들리더니 멀리 크레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열심히 공사중이다.
크레인 옆으로 자전거를 끌고 공사현장을 잠시 벗어나서 올라가니 좀 더 위쪽에 무너진 도로 현장이 있다.
차량은 통행이 불가능하지만 자전거를 문제없이 끌고 지나갈 수 있다.
거센 바람이 없는 덕분에 첫 번째 고개인 미시령에 쉽게 도착했다.
날씨 탓인지 도로 상황 탓인지 모르지만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 나 혼자 미시령을 점령하고 있다.
굳이 여유를 부리면서 오래 있을 이유가 없어서 곧장 진부령으로 향한다.
옛길을 따라 다운힐하다가 도적소 교차로에서 국도로 올라서 용대리까지 달린다.
용대리에서도 안장에서 내리지 않고 진부령으로 논스톱으로 향한다.
별다른 문제도 어려움도 없는 라이딩 초반이기에 머리 속에는 밥 먹을 생각으로 가득하다.
용대리가 가까워진 어느 곳 식당에 들어가서 황태해장국을 주문한다.
오후 5시 15분, 오늘의 첫 식사이자 마지막 식사이다.
여기서 밥을 먹지 않으면 내일 아침까지 빵은 몰라도 밥 먹을 곳이 없다.
그렇다고 두 공기를 먹지는 않는다.
미리 두둑하게 준비한 호떡과 소세지, 계란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안장에 올라 한계교차로로 향하는데 정자문교차로에 도착하여 잠시 갈등한다.
한계교차로~정자문 교차로 사이에 지난해 홍수로 도로가 유실되어 공사중이라는데 어떻게 할까 하는 갈등이다.
사전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어두원길>로 돌아가면 되는데 대신 거리가 4km쯤 늘어난다.
잠시 어두원길로 가보니까 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래서 다시 핸들을 옛길로 돌린다.
；끌바하는 거리가 1km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전 정보에 따라 차라리 걷자 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원통로를 따라 얼마 달리지 않으니까 좌측으로 급회전하는 지점에서 유실된 도로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약간은 정비가 되어 있어서 자전거를 끌고 가기에 불편함이 없다.
고원통로에 이런 상태의 도로가 500m쯤 된다.
파손된 도로를 지나고 다시 안장에 올라서 편안하게 한계교차로를 지나고 한계령으로 향한다.
구름 때문에 해가 없어서 어둠이 더 빨리 찾아드는 가운데 한 바퀴 두 바퀴씩 한계령으로 향한다.
이따금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반가운 차량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나도 중간 휴식없이 계속 앞으로 전진한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추위도 조금씩 몰려온다.
마침내 저 멀리 한계령 정상이 보이는데, 실제로는 안개 속에 파묻혀서 분간할 수가 없다.
오후 7시 53분에 한계령 표지석 앞에 도착했으니 속초를 출발한지 5시간 30분 가까이 지났다.
차량이 몇 대 있기는 했지만, 그들도 나도 추위에 떨기는 마찬가지였다.
되도록이면 빨리 안개에서 벗어나고 싶다.
원래는 쓰리재를 넘어 조침령으로 가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러자면 조침령에 도착할 때까지 끝없는 안개 속을 헤매야만 될 것 같아서 오색약수 쪽의 길로 다운힐하기로 결정하고 내려간다.
전조등 2개를 모두 밝히고 후미등은 차음부터 2개를 켠 상태 그대로 조심 또 조심스럽게 바짝 긴장한 가운데 브레이킹을 반복하면서 내려간다.
간간히 지나가는 차량들도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오르고 내려간다.
오색약수터가 가까워지면서 고도가 내려가자 안개가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조침령을 올라야 하기에 논화삼거리에서 우회전하는데, 도중에 있는 고개들이 어찌 그리 높게 느껴졌을까?
아직 서림삼거리에 도착하기 전 38선 표지석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자전거를 멈췄다.
다시 안장에 올라 서림삼거리로 향하는데, 멀리 조침령 방면의 표지판도 보이고 불이 켜진 편의점 간판도 눈에 들어온다.
밤 10시쯤 편의점에 들어가서 핫6 2+1으로 3캔을 샀다.
밤12시에 문을 닫고 아침 6시에 문을 연단다.
그 전에는 보지 못한 편의점인데, 이런 곳에 편의점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핫6 3캔으로 무박 라이딩을 준비한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무박으로 달릴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박을 대비하여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핫6 하나와 호떡 2개를 먹으면서 조침령에 오를 준비를 한다.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괜찮은 컨디션으로 올라가지만 갑자기 급경사가 느껴지면 무리하지 않기 위해 안장에서 내려와 자전거를 끌기도 한다.
옅은 안개가 내려 앉은 도로를 올라가는 차량이 나를 발견하고는 잠시 멈칫하는 게 느껴진다.
<어느 미친 놈이 이런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조침령으로 올라가는가?>하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그렇게 조침령에 도착한 시각은 밤 10시 32분.
새벽이 아니라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급경사 다운힐을 생각하니 긴장되고 겁이 났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심야 라이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침령에서 구룡령까지는 25km이니까 내 실력으로는 무조건 새벽 1시는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조침령에서의 다운힐은 환한 대낮일지라도 무척이나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하물며 한밤중이야 더 말할 게 뭐 있을까!
다시 서림삼거리를 거쳐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힘차게 전진한다.
완만한 업힐 길이지만, 업힐은 업힐이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새벽에 이 길을 달리는 것과 아직 그냥 밤중이라는 생각이 마음의 긴장감에서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한다.
시간이 계속 흘러가지만 내 곁을 지나가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다.
강원도 깊은 산골 한밤중에는 지나가는 차량 전조등 빛만 하더라도 무척이나 반가운데 그 반가운 불빛을 만날 수 없다.
인생이 어차피 혼자이지만 그래도 이럴 때는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자가 바뀌어 4월 24일 새벽 1시에 구룡령에 도착했다.
9번째 와보는 구룡령이다.
이럴 때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낯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등산객이나 산책객이 아닌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사람 말이다.
그러면 얼마나 큰 동지애를 느낄까?
근데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사람이 있을까?
이리 보면 나는 분명 미친 사람임에 틀림없다.
；북사면에서 사진을 찍고 남사면에 있는 표지석에서도 사진을 찍는데 추위가 몰려온다.
바람막이를 입고 잠시 앉아서 담배라도 한 대 피워물고 싶었지만, 떨려오는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 운두령으로 가야 한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명개삼거리를 향해 아주 조심스럽게 달려내려간다.
중간에 풀어놓은 개가 있는 흐름한 가게가 있는 걸 알기에, 목줄 없는 개가 달려들지는 않을까 신경쓰면서 내려가는데 다행히 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업힐에서 흘린 땀이 몸을 파고 들어 온몸이 싸씨나무 떨듯 떨려온다.
기온을 보니까 6도이다.
핸들을 잡을 팔이 덜덜 떨리면서 핸들도 함께 춤을 춘다.
；구룡령에서 운두령까지는 39km인데 업힐 시작점 전까지 30km 정도는 그렇게 달려야 한다.
그래서 달리는 도중에도 온갖 생각을 했다.
주변에 팬션이 보이면 들어갈까 말까, 들어가서 차라리 추운 몸을 녹이고 한숨 자고 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리를 페달을 돌리고 있다.
그러다가 원당초등학교가 가까워진 어느 지점에서 3면이 유리로 막혀 있는 버스정류장을 발견했다.
；달리는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버스정류장 안으로 들어갔다.
맨먼저 새들백에서 히트택과 양말, 장갑을 꺼내서 덧입고 장갑은 바꿔 착용했다.
그러면서 바람막이를 제외하고 위에는 4겹이 되었고 양말은 두 켤레를 신게 되었다.
조금 살 것 같았다.
그래도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추위를 쫓아내려고 안감 힘을 썼고 핫6 한 캔과 호떡도 먹으면서 배도 조금 채웠다.
당연히 담배도 한 대 피우면서 그 추운 밤을 이겨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면서 라이딩 코스를 다시 점검했다.
현재 이렇게 달리는 페이스로는 무박으로 태백까지 달리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방아다리 약수터 길 대신 속사터널을 통과하고, 닭목령에서 오봉저수지를 거쳐 삽당령으로 가는 대신 비오치를 넘어 삽당령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일단 거리가 10km 이상 단축되고 순전히 계산상으로 라이딩 시간도 1시간 가까이 단축할 수 있다.
；그렇게 30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다시 안장에 올라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운두령으로 향한다.
창촌삼거리에서 운두령으로 핸들을 돌려 잠시 올라갈 때까지 4시간 반 정도, 55km를 달리는 동안 내 곁을 지나간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아무리 강원도 심심산골이라지만 어찌 그 정도로 지나가는 차량이 없을 수가 있을까?
운두령을 향해 업힐을 시작하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때 비로소 등 뒤에서 비춰지는 차량의 전조등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급한 마음 없이 여유롭게 올라간다.
어차피 2박 3일을 계획하고 왔는 것인데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
；그런 여유 속에 운두령에는 새벽 4시50분에 도착했다.
역시나 아무도 없는 운두령이지만, 좀 있으면 해가 뜨기 때문이었을까 무섭지가 않았다.
오히려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운두령에서의 다운힐은 다시 추위를 가져다 준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내려가면 갈수록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승복기념관을 지나고 속사삼거리도 지나서 속사터널로 접어들었다.
터널 길이가 2.1km이지만 완만한 내리막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추위 속에서도 편안하게 달렸다.
；이윽고 월정삼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멀리 간판이 켜진 해장국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이럴 때는 밥을 먹고 배가 든든해지면 추위가 한층 가신다.
선지해장국을 주문해서 가뿐하게 싹다 비웠다.
아무래도 내가 첫 손님인 것 같아서 현금으로 계산하니까 주인이 무척 기분 좋아한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진고개로 향한다.
근데 작년에는 딱 이 시각에 잠이 쏟아져서 못 견뎠고, 결국 버스 정류장에 들어가서 30분 정도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는데, 이번에는 잠은 고사하고 졸음조차 오지 않는다.
이번 라이딩 계획을 세우면서 기본적으로 무박으로 달릴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참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잠이 많이 쏟아지면 주변 민박에라도 들어갈 계획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이제 날이 밝아지고 기온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고 있으니, 잠이 쏟아지면 주변 어딘가에 기대서라도 잠을 청할 수 있었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잠을 자지 않고도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오전 8시 11분 진고개에 도착했다.
날이 밝은 가운데 달렸으니 한밤중의 음기가 사라지고 마음도 편했다.
；돌아내려오는 길에 병안삼거리에 있는 오대산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생리현상을 제대로 시원하게 해결하기도 했다.
라이딩 중에 생리현상은 관공서를 이용하면 제일 좋고, 아니면 주유소 등을 이용하는 게 좋다.
다시 월정삼거리에서 대관령으로 핸들을 돌려서 달리는데 서서히 오르막이 계속 된다.
오르막의 끝지점 이정표에는 싸리재 교차로, 버스정류장에는 싸리재라는 표지가 있다.
대관령보다 더 높은데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복병같은 고개이다.
싸리재를 지나면서 얼마간 다운힐이 이어지다가 횡계를 지나면서 대관령 오르막 길로 들어서게 된다.
바람이 많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 바로 대관령이 위치한 곳인데, 이날은 바람도 거세지 않고 기온도 내가 입은 옷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이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오전 10시 21분에 인증샷을 남기고 옆으로 자리를 옮겨 또 간식을 먹는다.
간식을 먹어야 배도 든든해지고 배낭은 그만큼 가벼워지니까 일석이조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든 것도 배가 되어 가벼워진 배낭을 느낄 수 없다.
마음은 괜찮지만 몸이 점점 지쳐가는 탓이다.
다시 횡계를 향해 원점회귀를 한다.
안반데기를 오르기 위해서이다.
횡계의 어느 편의점에서 생수를 가득 준비한다.
아직 호떡과 소세지 계란은 남아 있으니 생수만 준비하면 되는 것인데, 안반데기를 지나고 비오치를 넘어 임계에 도착할 때까지 40km 정도를 달려야 하는 동안 주변에 가게가 전혀 없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반데기 입구 업힐 시작점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조침령이 아닌 안반데기가 절벽처럼 눈앞을 가로막고 있다.
당연히 안장에서 내렸다.
끌바도 라이딩의 일부라고 생각한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끌다가 타다가, 타다가 끌기를 반복한 끝에 12시 12분에 안반데기 표지판 앞에 도착했다.
안반데기에서 닭목령까지는 식은 죽 먹기이다.
강릉에서 닭목령 업힐하는 것은 백두대간 고개들 가운데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지만, 안반데기에서 닭목령 가는 길은 중간 표지석이 없으면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12시 29분에 닭목령에 도착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또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이제는 비오치를 넘고 삽당령으로 가는데, 과연 이 코스를 잘 선택한 것인지 어떤지는 달려본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제대로 비교를 해보자면 다음에는 무조건 오봉저수지를 경유하고 왕산면사무소를 지나서 삽당령으로 가봐야 한다.
오봉저수지에서부터 삽당령까지는 그다지 급하지 않은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는데, 반면에 비오치를 넘어서 삽당령으로 가는 길은 비오치의 경사가 상대적으로 더 높고 높이 또한 850m라 지쳤을 때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고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오치 말고도 낮은 고개 하나를 더 넘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어떤 코스가 더 나은 코스라고 장담하지 못하겠다.
；어쨌든 나는 비오치를 넘고 삽당령으로 향했고 오후 2시 25분에 삽당령에 도착했다.
오래 있을 이유가 없어서 다시 돌아내려 와서 버들고개를 넘고 임계에 도착하여 또 배를 채운다.
아침과 달리 이번에는 짜장면 꼽배기를 주문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조금 남겨야 했다.
짜장면을 먹으면서 남아 있는 코스와 예상 시간을 살펴보니까 밤 10시쯤이면 라이딩을 종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은 거리는 대략 100km이고 7시간 이상 시간이 있으니 충분하고 여유가 있다.
；다음 고개는 백복령이다.
중간에 이름 모를 고개 하나와 갈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백복령에 올랐다가 다시 돌아 내려와야 한다.
임계를 출발한 초반이 오히려 더 힘들었고 나중에는 덜 힘들게 느낀 길을 달려 오후 2시 47분에 백복령에 도착했다.
여기서 동해를 거쳐 댓재로 가면 거리는 8km 정도 단축되지만, 도로 폭이 좁고 덤프트럭을 비롯해서 차량이 많이 다니는 38번 국도를 달리고픈 마음이 안 생겨서 다시 임계를 거쳐 댓재로 향하기로 한다.
게다가 38번 도로를 지나는 동안에는 낙타등도 몇 개를 넘어야 하고 하거노리에서 시작하는 댓재 업힐은 거리도 길고 경사도 더 급하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다시 임계사거리에 도착하여 마트에서 생수를 준비하고 하장면을 거쳐 댓재로 향하는데 하장면이 가까워지면서 날도 함께 어두워지고 있었다.
임계를 출발하여 26km를 달려서 하장면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하면서 마지막 남은 소세지와 계란을 먹는다.
호떡은 그 전에 다 먹었지만 빈봉투는 아무데나 버리지 않고 여전히 배낭 속에 들어 있었다.
；임계에서 하장을 거쳐 태백으로 가는 길은 느끼기 어려운 오르막인데, 하장에서 댓재로 가는 길도 그보다는 조금 더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다.
비록 날은 어두워졌지만 아직은 초저녁이라 주변 어딘가에서 개짓는 소리가 들려도 당황하지 않고 편하게 페달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리에는 피로가 몰려오고 있었다.
특히 오른쪽 무릎을 비롯해서 그 주변으로 전반적인 통증이 있다.
페달링에 신경쓰면서 무릎을 달래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댓재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8시 17분.
이제 33km 정도만 더 달리면 태백에 도착한다.
물론 그 전에 건의령터널과 삼수령을 넘어야 하지만 말이다.
일단 댓재에서 건의령으로 가는 길, 숙암삼거리까지 7km 정도는 편안한 내리막 길이다.
업힐이 완만한만큼 내리막도 편할 수밖에 더 있는가!
；숙암삼거리를 지나고 건의령을 향하는 길은 다시 완만한 오르막이라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속도가 느려지면 또 어떤가.
그래봐야 25km 정도만 달리면 태백인걸~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더 편해진다.
느릿한 페달링으로 건의령터널에 도착한 시각은 9시 43분.
사진을 찍었는데 밝혀둔 후미등 불빛과 타이밍이 맞아서 마치 불이 난 듯 하다.
이제 마지막 고개인 삼수령까지는 7km 정도가 남았다.
마지막 고개라는 생각 때문인지 무릎의 통증이 조금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때문에 중간 중간 자주 내려서 통증을 풀어주기 위해 평지에서도 가끔 걸어야 했다.
2021년 4월 24일 밤 10시 26분.
6차 백두대간 종주 라이딩의 마지막 고개인 삼수령에 도착했다.
；<수고했다 문성화, 수고했다 자전거야>
승리의 V를 그렸다.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났지만, 맥주는 없고 대신 담배 한 대를 피워물었다.
삼수령에서 태백까지 6km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내려가는 내리막 길이다.
도로 폭도 넓고 도로 상태도 좋은데 차량이 별로 없어서 조심하면서도 시원하게 달려 갈 수 있다.
；2월 21일에 시작하여 4월 24일에 8구간만에 끝냈으니, 예년에 비해서 모든 기록을 단축했다.
작년과 달리 32시간을 100% 무박으로 달리는데도 잠이 전혀 오지 않은 것도 참으로 신기했다.
태백터미널 근처 모텔을 잡고 자전거를 넣어둔 뒤, 편의점에 가서 핫바 3개와 크라비아 맛살 1개, 소주 1병, 맥주 500ml 한 캔을 사서 방으로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소주와 맥주를 마시는데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다.
역시나 참으로 신기했다.
；다음날 아침 7시가 안 되어 저절로 눈을 떴다.
밖으로 나가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서 기념삼아 황지연못을 둘러보며 태백의 맑은 공기를 들이킨다.
본문을 읽고 사진은 블로그를 통해 머리 속에 각인 시켰습니다.ㅎ
흡사 내가 다녀온듯 상세한 후기입니다..30여년 전 차량으로 안개 자욱한
백복령을 넘는데 아무리 올라도 끝이 나타나지 않더군요..
그런 힘든길19고개를 무박 라이딩으로 다녀 오신 행운유수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바라기는 앞으로 너무 힘든 라이딩은 자제 하시고 체력을 아끼셔서 오랫동안
즐겁고 행복한 라이딩을 영위 하시길 소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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