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를 참 좋아합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아서 개가 없었던 기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릴 때는 개품이 따듯하다고 배고 자기도 했고 껴안고 놀기도 했지요. 그래서 늘 어머니께 꾸중도 많이 들었구요.

아직도 라이딩 가다가 개를 만나면 반가워 하는 넘과는 놀다가 오기도 합니다.

그런데말입니다.

요즘 개때문에 짜증날때가 많습니다.

주위에 개가 너무 많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최소한 우리 동네 아파트는 말이죠.

그런데 이제는 우리동 20층 1개라인(40세대)에만 개키우는데가 3~4곳입니다. 문만열면 개새기들 짖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아파트에 막혀있는 특성상 증폭되어 들립니다.

키우는 것은 자유고 뭐라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죠. 몇 달 전에는 제가 사는집 2층위에 한넘의 개새끼가 늑대우는 소리로 밤새도록 울어재끼니 엄청 짜증나더라구요. 정말 늑대가 달을 보고 짖는 소립니다.
하루는 참을 수 없어서 올라갔습니다.(그전에도 몇 번 그랬지만 참았지요)

문을 두드리고 아래층에서 왔다. 개가 밤새 짖어대서 잠을 한숨 못잤다 하니, 안에서 어떤 아줌마가 문도 안열고(저는 이것도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하도 뒤숭숭한 세상이니 이해했습니다.) 미안하다(짜증난 목소리로...) 어머니가 여기서 혼자 사시는데, 어제는 위급상황으로 119타고 병원가셔서 주인없는 상태에서 짖었다. 담부터 안그러게 하겠다...라고 하니 오히려 제가 미안해지더군요. 잘 알았다 개가 너무 크게 짖어대니 조심시켜라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거기 할머니는 일주에도 두어번씩 119로 타고 가나봅니다. 여전히 시도때도 없이 짖어댑니다. 두어달 동안 나아지는 것이 없자 112로 민원신고 했습니다. 경찰분들(이런일로 죄송하지만) 왔다 갔고 주인과 통화도 했습니다. 주의 주었다고 하고 돌아가시더군요.

그후로 약간 좋아진 듯 한데, 아마도 개를 작은방에 넣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거실에서 키웠던 것 같구요. 여전히 짖는 소리납니다. 그 크기가 줄었을뿐...

어제는 비가 그쳐서 오랜만에 라이딩 갔습니다. 한적한 도로 지나가는데 개새끼 한 마리와 그 옆에 사람모양의 어떤것이 보이더군요. 저는 그냥 지나가는데 그 개새끼가 갑자기 달려드는겁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가는길을 멈추고 개에게 냅다 소리쳤지요. 개새끼는 꼬랑지 내리고, 사람모양에게 큰소리로 얘기 했습니다. 덩치도 큰개인데 입마개 시키고 다녀야 할거 아니냐~ 그랬더니 미안하다. 그런데 이개는 그런견종이 아니다(입마개 해야 하는 견종이 아니라는 말. 개는 흔히 생각하는 누렁이 성견 정도의 크기)라고 하더군요. 저는 한마디 더했습니다. 견종이던 뭐던 개가 이렇게 큰데 당연히 입마게 해야지 그러다 사람 물거나, 깜짝 놀라서 자빠져 다치면 당신이 책임질거냐 라고 따졌지요. 그러니 속으로 씨ㅂ...하면거 가더군요(그 입에서 새나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티비 보면 개는 훌륭하다 라는 웃기는 재목의 방송도 하던데, 사실 개는 죄가 없습니다. 그것을 잘못키우는 버러지보다 못한 것들의 잘못이지요. 개는 교육시킬 수 있는 동물입니다. 교육을 안시키면 잘못이고 못시키면 키우지 말아야 합니다.

낼부터 또 비온다고 해서 오늘 잠깐 시간이 되길래, 자전거 끌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산 입구쪽 뛰엄뛰엄 집이 있는 곳 주위에서 하얀 개 한 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옆에 말뚝이 달려있더라구요. 첨에는 이거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했습니다. 곰곰이 보니, 자기몸의 1/2정도 하는 나무말뚝에 체인으로 목줄이 걸려있었습니다. 아마도 비가 내리니 박아놓았던 말뚝이 땅이 비에 젖자 개의 움직임에 쉽게 빠져서 그대로 끌고 나온 듯 했지요.

내일도 아니고 어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싶지도 않고해서 그냥 두고 갈까 하다가, 애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뭔가라도 해야겠다 생각하고는 살살 달래며 이리오라고 하는데 냅따 도망갑니다. 말뚝을 달고 절뚝 거리면서도 제가 잡기 어려울 정도로 달립니다. 그래서 저는 그래 니팔자다 하고 그냥 가던길 갔습니다.

그런데 가던길에 맘이 안좋은겁니다. 저넘 저상태로 어디갈 수 있을까... 풀어 줘야겠다...하고 다시 그넘에게 갔습니다. 그넘도 도망가다 말뚝이 무거워 멀리도 못가고 있더군요. 이리와라 하며 살살 달랬지요. 그러더니 이제는 반대방향으로 달리네요. 에라 쓰발 그래 니 팔자다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갔지요. 그리고는 5미터도 못가고 역시 아니다 풀어주자 하고 다시
그넘에게 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풀숲으로 도망가는겁니다. 에라 이번에는 진짜 포기다 하고 결국 가던 길을 갔습니다.
또다시 5미터쯤 가는데... 가만... 저 풀속을 들어가면 저 말뚝이 어딘가 걸릴테고 그러면 오도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네... 이런 빌어먹을...돌아가서 풀어주자.

다시 그녀석이 들어간 풀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말뚝이 있으니 멀리는 못갔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 천천히 그곳으로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넘이 저쪽에 앉아 있네요. 가만히 보니 이미 말뚝이 안테나줄에 걸려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네요.

저를 보더니 도망가려 발버둥 쳤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달래도 여전히 으르렁대고 물려고 했습니다. 개 간식을 꺼대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거 먹으라고 주면서 달랬습니다. 땅에 떨어뜨려 먹으라고 하고는 저는 자리를 잠시 비웠지요.

길옆에 놓았던 자전거를 시야로 가져다 놓으면서 5분쯤 있다가 다시 갔더니 조금 안정된 것 같았습니다. 최소한 나를 완전 나쁜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보였습니다.
간식은 입도 안댔구요.

그래서 옆에 앉아서 살살 달랬습니다. 풀어줄게 가만히 있어라. 제발 가만이 있어라...가만히 있어야 너를 풀어줄 수 있어...괜찮아... 풀어줄께 가만히 있어라...

그리고는 긴장하면서 가까이 갔습니다.

목을 보니 목에는 일반적인 목걸이 대신 굵기가 10미리정도 되는 밧줄로 묶여 있었고, 그것을 굵은 체인으로 되어 있고 그 끝에 달려있는 고리로 목걸이를 걸었더군요.

녀석의 앞으로 갔습니다. 고리를 풀려면 목까지 손이 가야합니다. 그러면 그녀석의 입보다 더 가까이 손을 뻗어야 합니다. 개를 키워봤으면 어떤 상황인지 알것입니다.

고리를 잡았을 때 녀석이 물면 저는 피할 시간조차 없이 물릴 것이 100%입니다. 그래도 녀석을 달랬습니다. 괜찮아... 이거 풀어줄게 하면서 고리에 손을 대고 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계속 땡기고 있어서 고리를 열어도 빠지지가 않네요. 땡기지 말고 줄이 약간 느슨해야 빠지는데 겁먹은 녀석은 죽어라 땡기고 있습니다. 녀석의 목줄을 좀 땡기려고 머리 뒤쪽으로 손을 가져가면 물 듯이 으르렁댑니다. 모르는 개는 머리뒷쪽으로 손이 가면 안됩니다. 손을 개가 보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개가 안심합니다.

어쩔수 없어 녀석의 입앞에서 고리를 만지작 만지작... 언제 물려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에서 녀석을 달래가며 어찌어찌 하다보니 목줄이 쏙~하고 고리에서 빠졌습니다.

휴~~~ 한숨 놓았습니다. 그 녀석도 뭔가 달라짐을 느꼈는지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냅다 도망갑니다.
그새끼 고맙다는 소리도 않고 도망이네....

갑자기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지니 좀 허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저도 긴장이 풀려서 잠시 제자리에 있다가 정신이 돌아오자 남겨진 말뚝을 봤습니다.
녀석에게 달려있을 때는 몰랐는데.... 체인길이가 20센치 될까말까합니다. 세상에.......

어떤 벌래만도 못한 새끼가 개의 목줄을 이렇게 짧게 해놓았을까.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짓을 했을까.

이 정도면 그냥 죽으라고 묶어 놓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녀석은 많이 야위었구요.

그래서 그제서야 말뚝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녀석이 묶여 있을 때 찍었으면 더 리얼했을지도 모르겠지만(그럴맘도 없었지만), 그때는 그넘 풀어 줘야겠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니 그럴 정신머리가 없었던게 당연했습니다.

녀석을 풀어는 주었지만, 아직도 마음한 구석에 남아있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개목걸이 대신 감아논 얇은 밧줄... 목둘레에 여유가 많지 않던데...

성장이 다 끝난 녀석이라면 별 상관 없겠지만, 더 크게 성장하는 넘이라면 몇달 또는 1년 전후에 목이 점점 조여서 힘들텐데...

그 목걸이가 내눈에... 제눈에 밟히네요.

개 기르시는 분들...

개를 왜 기르시나요?
좋아하고 사랑해서 키우신다구요?
개를 진정 좋아하고 사랑하신다면 개 기르지 마세요.
이렇게는 정말 하지 마세요.
개는 당신들의 장난감이나 노리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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