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치른 이후, 자전거 사이트에 정치 게시글 허용이 옳다, 그르다는 논쟁이 있어
회원님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만, 저 역시 논란에
불을 지르기 보다는 한가지 착안점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자전거 게시판에 정치 게시글 허용 문제는 옳다, 그르다가 핵심이 아닙니다.
그렇게 논의해서는 결론은 못내리고 서로 상대방 입장에 반박과 재반박이 거듭되면서
끝이 없는 수렁에 빠질 뿐입니다.
핵심은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여 허용할 것인가, 말것인가' 입니다.
정치 논쟁은 나이, 연령, 경험, 성향 등을 막론하고 다른 논의 주제를
모두 집어삼키는 힘이 매우 강합니다.
수십년 사귄 친한 친구 사이에서 저녁식사중 벌어진 정치 논쟁 하나로
절교하는 경우도 있고, 수십년 해로한 부부도 정치논쟁으로 갈라서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식물로 따지면 외래종 덩쿨류와 같아서, 야산이든 강변이든
한번 침투하고 초기에 저지할 수 있는 짧은 기간이 경과하면
다른 식물과 식생을 덮고, 펴져 그 밑의 다른 식물류는
햇볕을 못보고 죽는 운명에 처할 정도입니다.
정치논쟁 허용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자전거와 같은 이 사이트의 핵심 주제를 덮어 씌워
끝없이 확산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덩쿨도 식물류이니 온 산과 들에 퍼지는 것을 막을 필요 없다라고
생각해서 놔두고 결국은 뒤늦게 확산을 차단하려 해도
그 시기가 지나서 원 주인(산의 원래 식물류)은 죽고
덩쿨이 온 산을 뒤덮게 할 것인지,
덩쿨도 식물은 맞으나(논의 주제에는 해당되나)
그 파급력과 전파력, 그리고 서로 다른 사람들간에
분노를 유발하는 힘이 너무 강하니,
제한 할 것인가, 제한한다면 모든 게시판에서 금지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특정 게시판을 정해 거기에서만
가능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더 강하게 단속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예 금지하거나, 지금보다 더 강하게, 예를 들면
정치분류 게시판에서 작성은 가능해도 전체 게시판 보기에서는
안보이게 하고, 정작 보고 싶으신 분은 정치분류 게시판에
가야만 읽고, 논쟁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성격인 자동차판매사이트인
보배드림의 사례를 보면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보배드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을
다 논의할 수 있도록 열어두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화제가 된, 조회수가 높은
게시물을 보러, 때로는 신문기자들까지
조회수 높은 게시물을 찾아 몰려듭니다.
보배드림 사이트 관리자야 당연히 이용자, 가입자,
그리고 조회수가 올라가고 이들중 상당수가
자동차 매매에도 관심을 둘 수 있어
나쁠 것 없습니다만,
이용자들의 시각에서 마냥 좋은 일일까요?
자동차를 보러 왔다가, 너무도 격한 글에 마음 상하거나
스트레스 풀러 왔다가 스트레스 얻고 가고,
그리고 격한 댓글에 몇번 피해자가 되었다가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 똑같은 괴물과 같은 폭언을 일삼는
사람이 없었나요?
이를 '사이트의 정치화'라고 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정치화를 찾아온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사실 반기기 힘든 변화이지요.
80년대 중반 최초의 대통령 직선때 대학생으로
뛰어다니던 때의 열정이 어제처럼 느껴집니다만
그 이후 여러번의 대선을 치렀습니다.
정치는 우리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므로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수많은 생각과 소신을 가지고 있지만
이걸 방치하면 평소에는 조용하던 이가
정치 얘기만 주위에서 들려오면
귀를 쫑긋대고, 내가 들이받을 곳이 없나,
내 소신과 다른 곳은 없나 머리에 열과
눈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게 됩니다.
정말 오래 산차를 타왔지만
제가 그리도 좋아하던 동호회를 떠난 여러 이유중 하나는
자전거와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산'이라는
3가지 핵심 요소가
어느 순간,
자전거 꾸미기와 자전거로 만나 파벌을 꾸미는 사람들과
그리고, 음식/술/정치가 산을 대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덩쿨이 너무 퍼지고 나면 그때는 몇배 힘듭니다.
덩쿨을 좋아하면 덩쿨을 맘껏 볼 수 있는 덩쿨 카페(정치카페)에
가서 맘껏 즐기면 됩니다만
덩쿨이 없는 곳을 찾아왔다가
이곳 역시 덩쿨에 잠식되는 것을 지켜보게 되면
그때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으니 말이 길어지는 군요.
한 호흡에 적었지만 이 말만 하고 퇴고 없이
정리합니다.
한 선사가 사동에게 말하기를
밤새워 참선하되, 흰코끼리만 생각하지 말라 했습니다.
사동은 쉬운일이다라고 했으나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할 수록 흰코끼리만 밤새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어찌해야 하냐고 사동이 묻자
선사가 말하기를
오늘 밤은 네가 즐기는 산차를 밤새 타는 생각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토굴속에서 밤을 새며 산차를 타는 생각만 밤새 했더니
즐거웠던 기억들, 소중했던 사람들이 기억나며
흰코끼리 생각은 단 한번도 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즐거웠던 자전거 얘기,
자전거와 엃힌 얘기,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먹고 마셨던
맛난 음식 얘기, 그리고 자전거로 만난 좋은 사람들 얘기를
나누기에도 밤을 지세울 수 있습니다만,
마음 상하기 일수인 정치 얘기로 치유 받으러 왔다가
상처 받고 가서야 되겠습니까.
정치 얘기를 하려면 정치 논의가 목적인 사이트로
가서 열심히 논쟁을 하고
상처 받고, 치유 받기 원하면
목마른 사슴이 샘물을 찾듯 여기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십시오.
저 역시 의견의 하나일뿐 제 짧은 생각으로
더 큰 논란이 없기를 바랍니다.
정치 게시물이 유지되더라도 저는
앞으로 가급적 피해 가겠습니다.
그러나 덩쿨이 너무 많아져서
흰코끼리가 산차를 덮을 정도가 되면
그때는 조용히 떠나겠습니다.
모두들 평화를 빕니다.
산은 다시 계절을 따라 봄산을 향해 하고 있습니다.
산에는 본디 정치가 없으니
정치를 잊고 산에 올라 유유자적 흘러가다가
산아래 저자거리로 내려와 다시 몸에 때를 묻히고 난 후에는
다시 산을 향해 오를 날을 기약하며 참고 그날을 기다립니다.
산마저 정치 덩쿨로 덮이는 날 만은 오지 않기를 고대하며
다시 산에 오를 그날을 향해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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